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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사랑의 디컨스트럭션, 영화 ‘500일의 썸머’ 리뷰 운명과 사랑의 디컨스트럭션, 영화 ‘500일의 썸머’ 리뷰 영화의 줄거리 및 특징‘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2009)’는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조셉 고든-레빗(톰 역)과 조이 데샤넬(썸머 역)이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이자 언컨벤셔널 러브스토리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헤어짐을 제목 그대로 ‘500일’ 단위로 분해하여 보여 주는 비선형 서사 구조가 가장 큰 특징이다. 영화는 톰이 썸머를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해, 둘의 관계가 고조되고 균열이 생기고 결국 끝나기까지의 여정을 시간 축의 조각들처럼 파편화한다.흔히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첫 사랑의 설렘’, ‘오해와 화해’ 같은 미덕을 기대하지만, 이 작품은 그것조차 뒤집는다. 썸머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2025. 7. 14.
모성의 그림자, 영화 ‘케빈에 대하여’ 리뷰 모성의 그림자, 영화 ‘케빈에 대하여’ 리뷰 영화의 줄거리 및 특징‘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는 영국의 린 램지 감독이 스콧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연출한 심리 스릴러다. 미국 교외에 사는 육아 전문가 에바 카차도리언(틸다 스윈튼 분)은 남편 프랭크(존 시나 분)와 함께 둘째아들 케빈(제이 데니얼스/익사 밀러 분)을 맞이한다. 아이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던 에바는 점차 케빈이 유난히 차갑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때마다 고립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성장기를 거치며 점점 더 냉혹한 면모를 드러낸 케빈은 어느 날 학교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키고, 에바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 속으로 빠져든다.영화는 케빈의 어릴 적 장난처럼 보였던 .. 2025. 7. 13.
경계를 넘나든 소년의 초상, 영화 ‘톰보이’ 리뷰 경계를 넘나든 소년의 초상, 영화 ‘톰보이’ 리뷰 영화의 줄거리 및 특징‘톰보이(Tomboy, 2011)’는 프랑스 출신 감독 셀린 시아마(Céline Sciamma)가 연출한 성장 드라마로, 도시 외곽의 한적한 동네로 이사 온 열 살 소녀 로렐(조에 에란 분)이 자신을 ‘미카엘’이라 소개하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그린다. 밝고 활발한 로렐은 집안 사정으로 이사와 동시에 남장파자마를 입고 마치 소년인 양 행동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유롭고 경쾌한 일상을 즐기던 로렐은 이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야 하는 불안감과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영화는 한여름의 햇살과 숲속 골목, 비탈길을 무대로 어린 시절의 바람과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단순한 장난처럼 보였던 남장 연기가 점차 자신의 정체성.. 2025. 7. 13.
비극적 욕망의 미로, 영화 ‘아가씨’ 리뷰 비극적 욕망의 미로, 영화 ‘아가씨’ 리뷰 영화의 줄거리 및 특징‘아가씨(The Handmaiden, 2016)’는 박찬욱 감독이 일본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한국 식으로 재구성해 선보인 심리 스릴러이자 멜로드라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영국인 귀족 부인 ‘아가씨’(김민희 분)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책략을 꾸미는 사기꾼 ‘하나(혜란)’(김태리 분)와 그녀를 조종하는 ‘백작’(하정우 분)의 음모가 교차한다. 두 사람 사이에 스며든 비밀스러운 감정과 배신, 복수의 서사는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을 미로 속으로 이끈다. 영화는 크게 세 막으로 구성되어,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인간 심리의 다층적 면모를 절묘하게 포착한다.첫 번째 막에서는 교묘한 심리전이.. 2025. 7. 13.
생존의 선율, 영화 ‘피아니스트’ 리뷰 생존의 선율, 영화 ‘피아니스트’ 리뷰 영화의 줄거리 및 특징‘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거주 구역(게토)에서 실제로 생존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자전적 회고를 바탕으로 한 전쟁 드라마다. 영화는 스필만(아드리엔 브로디 분)의 평화롭던 음악가 생활이 나치군의 침공으로 순식간에 붕괴되는 순간을 긴장감 있게 포착한다.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게토로 변하고, 가족은 강제 이주당한 뒤 잔혹한 수용소로 보내진다. 스필만은 우연히 은신처를 얻어 폐허가 된 바르샤바 거리를 헤매며 숨어 살아야만 한다.영화의 특징은 전시 상황 속에서도 음식 확보, 은신처 마련, 음악에 대한 갈망 등 일상의 사소한 단면을.. 2025. 7. 13.
진실을 좇는 어둠의 기록, 영화 ‘암수살인’ 리뷰 진실을 좇는 어둠의 기록, 영화 ‘암수살인’ 리뷰 영화의 줄거리 및 특징‘암수살인’(2018)은 실제 미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범죄 드라마로, 베테랑 형사 강태오(김윤석 분)와 잡범 출신의 자백 전문범 전준희(주지훈 분)가 은밀히 감춰진 살인 범죄 데이터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찰 내부의 성과주의와 언론 보도를 향한 압박 속에서 태오는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 ‘암수’ 살인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전준희와 손을 잡는다.강태오 형사는 단편적인 증거와 전준희의 자백만으로 미제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전준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 혐의를 과장하거나 숨기기도 한다. 이처럼 상반된 동기를 가진 두 인물이 진실을 좇는 과정은 불신과 협력, 배신이 교차하는 서스펜스로 채워진다. 영화는 잔혹한 범죄 .. 2025. 7. 13.